금융위기 비웃는 한국인 ‘명품의 역설’
나 역시 인턴으로 온 어린 학생들이 샤넬 백을 들고 렉서스로 출근하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신정아씨는 자서전 ‘4001’에서 자신을 명품족으로 ‘낙인’찍은 언론에 항변하면서 이렇게 썼다. 이 대목에서 언론과 신씨의 공통점은 명품족에 담긴 ‘사치’, ‘과소비’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전제할 때 한국인은 이중적이다. 사치를 비난하면서도 부러워하고 닮아간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외국산 명품 매출이 급증한 것은 단적 증거다. 욕하면서도 닮아가는 ‘명품의 역설’인 셈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 매출액은 최근 5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액이 2006년 1212억원에서 지난해 4273억원으로 불어났다.
2006년 이후 루이비통은 매출액 기준으로 적게는 연간 14.8%에서 많게는 66.4%까지 성장을 거듭해왔다. 루이비통은 샤넬과 함께 프랑스 대표 명품으로 꼽힌다.
구찌, 페라가모, 펜디, 에르메네질도제냐, 로렉스 등 다른 명품 업체도 루이비통만큼이나 국내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구찌그룹코리아의 200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02억원과 77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731억원과 431억원을 기록했다.
5년 새 매출액은 94.8%, 영업이익은 461.6% 불어났다. 단순 계산으로 연평균 매출액은 19%, 영업이익은 92.3% 증가한 셈이다.
말굽 모양의 상표로 유명한 페라가모코리아도 매출액 478억→821억원, 영업이익106억→156억원으로 각각 71.7%와 47.2%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펜디 역시 2006년 영업손실 2억1000만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벗어 던지고 지난해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고급 남성복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의 매출액은 5년 새 56.9%, 영업이익은 58% 증가했다. 예물용 시계로 유명한 한국로렉스도 5년 새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9.1%, 79.8% 뛰었다.
물론 모든 외국산 명품이 호황을 누린 것은 아니다. 2006년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2009년 반짝 흑자 전환했던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다시 2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불가리코리아도 매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영업이익은 2009년 8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9억원으로 감소해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브랜드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명품의 매출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은 “10∼15년 전부터 ‘브랜드’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욕망이 점차 중가에서 고가로 옮아가고 있어 명품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품시장이 잘 되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며 “베이비 부머들의 구매력, 자신에 투자하는 소비 성향에다 세계적으로 부자가 많아지면서 명품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한국 등 신흥시장이 대표적인 명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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