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중국인들 은련카드 씀씀이 분석해보니] 긁었다하면 명품… 사용액의 70%

 

2008년에는 토산품 사다가 백화점·면세점의 큰손 변신
성형 수술 열풍 타고 사용액 2배나 늘어

"아직 중국 제품이나 의료 수준이 한국에 못 미치거든요. 다음엔 쇼핑 목록을 더 꼼꼼히 준비해 와서 3000만원까지 쓸 겁니다."

지난 10월 초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중국 여성 싱페이(41)씨는 6일간 서울에 머물면서 쇼핑과 성형수술하는 데 1900만원 넘게 썼지만 "그래도 쇼핑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남편이 무역업을 한다는 그녀는 입국 첫날 서울시내 유명 호텔에서 운영하는 면세점부터 들렀다. 400만원짜리 루이비통 가방을 비롯해 의류, 화장품 등 총 659만원을 쇼핑 4시간 만에 결제했다. 이튿날 그녀는 마포에 있는 인삼전문점에 들렀다. "남편을 위한 선물"이라며 몸에 좋다는 한국 인삼 600g(개당 350만원)짜리를 3개 사느라 1050만원을 지출했다. 그 다음 날엔 청담동의 성형외과를 방문해 200만원짜리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싱페이씨는 "다음엔 콧날을 오똑하게 세우는 수술을 받으러 오겠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올 들어 9월 말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해 은련카드로 쓴 돈이 6623억원에 이른다. 이미 작년 한 해치(5059억)를 훌쩍 넘었다. 은련카드는 지금까지 25억장의 카드를 발행한 중국 최대 카드사로, 중국 금융기관 200곳이 회원사다.지난 2005년 BC카드와 업무 협약을 맺고 한국에 진출했다.

명품이 전체 사용금액의 60~70%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최근에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명품 사재기' 때문이다. BC카드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이 올해 한국에서 은련카드로 결제한 금액 중 신라·동화 등 전국 19곳의 면세점에서 결제한 것이 2899억원으로 64%를 차지했다. 여기에 현대·롯데 등 백화점을 합치면 70%에 이른다. 면세점과 백화점 결제의 대부분은 명품을 사는 데 쓰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출의 90% 이상이 100만원도 넘는 가방이나 시계 같은 명품 브랜드"라고 말했다.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관광객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주로 토산품을 샀다. 2007년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토산품을 34억원, 2008년도엔 132억원어치 사들였지만, 2009년부터는 면세점 사용금액이 토산품 쇼핑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최경은 책임연구원은 "위안화가 절상되고 중국 경기가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중국의 '큰손'들이 유럽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 돈 쓰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많은 강남으로 우르르

작년부터는 중국 관광객의 성형 열풍이 불어닥쳤다. 2008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은련카드로 성형수술을 결제한 매출 실적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2009년 1000만원을 시작으로 작년에 20억원, 올해엔 42억원에 달한다.

BC카드 글로벌사업단의 김진환 부장은 "작년만 해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성형외과 중에 은련카드 가맹점은 161개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6배가 넘는 1026개"라고 말했다.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들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현지에서 고객들을 모셔오는 판촉 이벤트를 벌인다. K성형외과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한번 오면 수술 비용만 1000만원씩 쓰고 간다"며 "코, 입술, 이마 가리지 않고 수술하며 1년에 4~5차례 오는 중국인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화장품, 분유까지 싹쓸이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가 급증한 이유는 중산층들이 점점 더 많이 한국을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관광공사 진종화 차장은 "올해부터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1급 도시 부유층뿐 아니라, 내륙지방 도시의 맞벌이 부부들도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의 소비는 고가의 명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페이스숍이나 보디숍 같은 프랜차이즈 화장품점과 대형마트 등 중저가 제품 구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은련카드로 중저가형 화장품을 구매한 금액은 2008년 12억원에서 올해 59억원으로 늘었다. 대형할인점에서 결제한 금액도 지난해 2억원에서 올해는 10억원으로 늘어났다. 서울 강북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0~30대 중국인 손님이 많이 오는데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분유·생리대 같은 생활용품까지 싹쓸이해 간다"고 말했다.

BC카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관광객들은 패키지 관광으로 주로 서울에만 왔는데, 이제는 인천·제주·부산 등으로까지 방문지가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중국인들의 쇼핑 매출이 전국 곳곳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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